연성/FF14

오르슈팡 관글봇이 귀여워서


썼는데 뭔가 좀 많이 아니었다





  흰 말이 움직였다. 버림패로 쓰였던 걸 먹어버린 오르슈팡의 검은말은 패배를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어떻게 더 끌어도 열 수 안에는 끝날 판을 그루는 부러 질질 끌어간다. 어쩐지 무료해보이는 오르슈팡의 시선이 간혹 어디를 향하는 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루해?"


  시선을 든다. 찌르는 듯한 시선이 자신의 몸 곳곳을 향한다. 오르슈팡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다는 부정에도 시선은 자신을 향한다. 옷 아래를 꿰뚫어보는 것처럼 탐욕스런 것이 꾸물대며 몸뚱이를 기어간다. 어쩐지 유쾌한 기분이 되어 웃으며 손을 뻗었다.

  검은 말을 쥐고 있는 오르슈팡의 손 위에 제 손이 닿았다. 검지로 가느다란 손가락을 쓸며 과격하게 살을 밀착시킨다. 마른 손 위에 끈덕지게 달라붙은 살갗. 오르슈팡의 목울대가 울렁이는 게 보였다. 침을 삼키는 소리가 귓가에서 울렸다.


  "봐, 네 말은 여기에 있으니까."


  알려주는 것처럼, 느릿하게 그 손을 어루만지고, 더듬어서. 흑의 나이트가 자신의 룩을 먹어 치웠다. 그의 손을 움직여 말을 옮길 때마다 오르슈팡의 손이 움찔거린다. 미미한 열기가 손바닥에 닿았다. 차가운 손등은 이젠 열이 올라 미적했다. 움직이고, 판을 알려주고. 움직이고, 먹어치우고. 쓰러뜨리고. 판이 정리되어갈 즈음에야 그의 손을 놓았다.

  닿아있던 손이 떨어진다. 검지로 그의 손등을 문지르며, 쓸며 보란 듯 아주 느리게 그의 손등에서 떨어졌다. 닿아있던 가느다란 손가락이 움직여 떨어진 제 손을 잡았다. 그의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다.


  "아직."


  그 목은 잔뜩 가라앉아 쉬어있었다.


  "잘 모르겠군."

  "그래? 그럼 한 판 더 하자."


  체스판 위에 말들이 재배열된다. 여전히 그가 흑, 내가 백. 배열을 끝내고 그에게 말을 움직이라고 하자, 그의 손이 느리게 자신의 손을 붙잡았다.


  "아까처럼 해주게."


  밀착할 것을 종용하는 목소리. 그 눈엔 무료함이 완전히 가셔있었다. 그것이 마음에 들어 그의 손 위에 제 손을 얹었다. 여전히 손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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