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FF14

[오르그루] 사랑구걸

  “날 사랑해주게.”

  “뭐하는 짓이야?”


  저를 올려다보는 그가 물었다. 그 얼굴 표정, 어조 그 어느 것 하나 변함 없는 것처럼 보였으나 안다. 그에 대해 모든 것을 알기 위해 노력한 덕에, 그 손이 이불을 미미하게 그러쥐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미미함은 불안의 방증. 그렇기에 웃을 수 있었다. 다행일세. 내가 자네에게 완전히 아무것도 아니지는 않았던 모양이야.

  그는 느리게 미간을 찌푸렸다. 매우 느린 표정의 변화에 그것이 변했다고 느낄 새도 없었다. 처음부터 그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리 있었다. 그것이 못내 사랑스러워, 나는 그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었다. 꼿꼿한 손은 여전히 ‘그것’을 쥐고 있다.


  “자네가 나만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그리 생각했을 뿐이네.”

  “치워.”

  “왜 그런가?”


  ‘그것’을 쥔 손을 살짝 움직여보였다. 그는 여전히 찡그린 채 저를 올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면 나는 ‘그것’을 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변화했지 않은가. 나는 그에게 무언가로써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그에게 완전히 무가치하지 않다는 것은 결국 이 행동도 무언가의 의미를 담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건 자넬 향해 있는 게 아니잖나.”

  “역겨워.”


  그는 손을 들고 입을 가리는 시늉을 했다. 얼핏 코를 막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무엇이?’ 그에게 묻자 그의 손가락 틈새로 입술을 지그시 깨무는 것이 보였다. 저를 올려다보는 시선에는 참을 수 없는 역겨움이 담겨 있었다. 아, 그래. 그 얼굴도. 좋구나.


  “죽음이.”

  “그거 완벽하군.”


  웃으며 ‘그것’을 그러쥔 손에 힘을 주었다. 매끄러운 감각. 손가락에 덜걱, 걸리는 것은 방아쇠. 그는 제게 손을 뻗었다. 처음으로 그가 제게 먼저 손을 내밀어준 것이다. 그것이 참을 수 없을 만치 좋았다. 지금의 행위가 그에게 있어 제게 처음을 내어줄 만큼 무가치하지 않음을 말하고 있잖는가.


  “당기지 마.”


  이것으로 자네는 해방될 수 있을 텐데. 입안이 버석하게 말랐다. 그가 제게 보이고 있는 그 모든 것이 너무나도 황홀해 입 안이 가득 열기가 찼다. 지금껏 가져왔던 그 무엇보다도 큰 것을 가지게 되리라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가질 것이나, 그는 잃을 것이다. 그것이 자신은 알지 못하는 그 무엇이라고 해도.


  “역겨운가?”

  “시체가 남기는 건 매캐한 썩은내 뿐이야.”

  “하지만 기억에는 담기겠지.”


  그는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해할 수 있다. 그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는 자신이 아니었으므로 조금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의 내가 자신을 본다면 과거의 자신조차도 작금의 저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니, 그의 이해 못함은 당연하다.


  “왜 그렇게까지 해?”

  “자네가 내가 된다면 알게 될 걸세.”

  “그럴 일은 없지.”

  “그렇다면 평생 이해하지 못하겠지.”


  자신에게 뻗어졌던 손이 떨구어졌다. 그는 자신이 손길을 붙잡지 않은 것으로 결정을 되돌리지 않으리라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는 미련 갖는 이가 아니었으므로 결론을 내리는 것은 빨랐을 것이다. 나는 웃었다. 얼굴 근육이 풀어져 입꼬리가 느슨해졌다. 그는 여전히 표정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는 평생 나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면 족했다.

  날 사랑해주게. 말이 되지 못한 입모양이 부스러졌다.


  타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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