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FF14

오늘의 요리 샘플


우둑, 투득. 뜯겨가는 소리가 선연했다. 무언가 제 몸뚱이를 물어대고 있는 것 같았다. 결국 짐승에게 잡아먹히고 있나. 그러기에 어서 돌아갔어야 했는데. 대체 여긴 어딜까. 눈속에 파묻혀 남자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 늑대 한 마리와 시선이 마주쳤는데, 구부의 살점을 뜯어먹던 늑대가 으르렁대며 위협하는 소리를 내었다. 그제야 남자는 자신이 뜯기고 있던 것이 아님을 알았다.

저것도 굶주렸었나보네. 고기를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늑대를 바라보며 추위를 녹여주고 있는 구부의 가죽을 좀더 끌어당긴다. 어제 먹을만큼 먹었던지라 그리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 그리 맛도 없어 먹고 싶지도 않았고. 아마 자신의 입에는 그 핏물이 여즉 선명할 것이다. 괜스레 찝집해 손등으로 입가를 문질렀으나 굳었는지 우둘한 감각만이 남을 뿐, 이미 핏물진 옷자락에 더 묻어나는 건 없었다.


“흐응? 이건 웬 거람.”


근처의 늑대는 더더욱 으르렁대었다. 그러나 남자의 곁으로 다가온 사내는 지팡이를 휘둘러 쉬이도 늑대를 쫓아내었다. 불꽃이 타닥대는 소리가 들렸다. 낑낑대며 앓는 짐승의 소리도 함께 들렸다. 주술사로군. 여즉 누워있는 채로 남자는 생각했다.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움직이는 것마저도 귀찮았으므로 남자는 입만 움직였다.


“도와줘.”


목소리가 사정없이 갈라졌다. 오래간 말하지 않았던 탓이다. 마실만한 것도 얼음장같은 호숫물 뿐이라 쉬어빠진 목소리를 가라앉힐수는 없었다. 남자의 목소리에 사내는 고민하는 듯 콧소리를 내었다. 길게도 이어지던 소리가 뚝 끊겼다.


“그러지 뭐.”

“고마워.”


남자는 고마움을 전하며 손을 뻗으려 꿈틀대었고, 사내는 쉬이도 남자를 가죽 채로 들어올렸다. 사내는 이름을 묻지 않았다.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오래보지도 않을 사이에 굳이 정보를 건넬 필요는 없다 생각한 사내와, 이름이 없었기에 이름을 물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남자였으므로.

눈밭을 건너는 동안 그 어떠한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그렇기에 남자는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었다. 너무 피곤해 이 안온을 놓치고 싶지 않았음이라. 사내의 품에서 남자는 쉬이도 잠들었다. 그리고 그런 남자를 데리고 ‘집’으로 향한 사내의 결정은, 아마도 충동적이었으리라.




※ 아우플라우프 ※


재료: 달멜 고기, 외눈거인 양파, 돼지호박, 포포토, 고원 밀가루, 사워크림, 달걀, 버터.


1. 밀가루를 달걀과 함께 반죽해 치댄다. 처음에는 반죽이 뭉치지 않고 뻑뻑하지만 한참을 치대면 매끄러운 상태가 된다. 그릇의 바닥을 덮을 수 있을 만큼의 크기로 자른 뒤 뜨거운 물에 삶는다.

2. 달멜 고기와 외눈거인 양파는 다지고, 돼지호박과 포포토는 곱게 썬다.

3. 오븐용 그릇 바닥에 버터를 살짝 바르고, 반죽을 올린다. 순서는 관계 없이 차근차근 고기와 야채를 얇게 쌓아올릴 것. 전부 한 번씩 올렸다면 소스를 바르고 다시 반죽을 올린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켜켜이 쌓아올린다.

4. 그릇을 가득 채울만큼 쌓아올렸다면 남은 사워크림을 모조리 얹고 완전히 익도록 오븐에 천천히 굽는다.


+ 삶은 반죽은 삶은 뒤 바로 꺼내어 얼음물에 담갔다, 깨끗한 천으로 물기를 닦아내면 더욱 탄력이 붙는다.

+ 달멜 고기는 다른 치즈보다는 사워크림이 가장 잘 어울린다. 다른 치즈를 더 넣고 싶다면 달멜 고기가 아닌 다른 고기를 사용할 것.

+ 사워크림과 다른 치즈를 융합하는 것도 좋은 선택.





샤리벨은 즐거이 걸음을 옮겼다. 주워온 ‘그것’이 예상 외로 쓸모가 많았던 탓이다. 그것은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쓸 수도 있었고 스트레스 혹은 욕구의 해소용으로 쓸 수도 있었으며 잡일꾼으로 쓸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요리라 하겠다.

레시피를 주면 금방이라도 만들어내는 솜씨는 가히 훌륭했다. 굳이 레시피를 쥐여주지 않아도 제 멋대로 만드는 요리나 이미 알고 있는 요리도 굉장히 맛있었다. 그렇기에 샤리벨은 그것을 버리지 않았고 제 곁에 둔 것이다. 아마 충동적으로 주워와 제 집에 재워버린 다음 날 아침, 남자가 제멋대로 한 요리를 보지 않았더라면 바깥 그 어디던 버렸을 테지. 한순간의 충동이 그리 오래 유지될 리 없잖은가. 그러나 남자는 제 쓸모를 증명했고 샤리벨은 그것에 만족했다. 충동이 확고가 된 순간이었다.

문을 열자 고소한 냄새가 코 끝에 맴돌았다. 진한 치즈의 냄새. 남자는 오븐 앞에서 레시피를 뒤적이고 있었다. 대충 걸친 것이 분명한 앞치마에는 흰색의 밀가루가 묻어 있다. 둔한 건지 어떤지, 남자는 여즉 샤리벨이 온 걸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부러 걸음소리를 낼까 하다가도 샤리벨은 생각을 달리해 남자의 뒤로 걸어가 앞치마 끈을 잡아당겼다. 원래 풀려 헐렁하게 흔들리던 앞치마가 남자의 몸에 달라붙고, 샤리벨은 그것을 가벼운 손길로 매듭지어주었다.


“제대로 입는 게 어때?”

“귀찮은 걸.”


요리를 하는 것은 귀찮지 않고? 샤리벨이 묻자 남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한 준비과정은 언제나 귀찮거든. 샤리벨은 그 말을 공감할 수 없었지만 그저 가벼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온전히 같을 수 없음은 지독스레 잘 알고 있다.


“아직 덜 됐니?”

“굽는 중. 곧 다 될거야. 씻고 와.”


남자는 손을 휘적였다. 샤리벨은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묶었던 머리를 풀고 옷을 벗는다. 창천기사단이 되고서도 이어가는 이단심문의 일. 오늘의 심문중 손에 진 핏물은 따뜻한 물로도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 보이는 만큼 정말로 지워지지 않으면 좋을 텐데. 쉬이도 벗겨지는 핏물을 아쉽게 바라보던 샤리벨은 몸에 물을 뿌렸다. 따뜻한 물이 몸을 적시고, 긴장했던 몸이 느슨하게 풀어진다. 몸을 씻는데 이렇게 많은 물을 사용하다니. 입매가 비틀어졌다. 정말로 호사스런 생활이다.

샤리벨은 문 틈으로 새는 남자의 콧노래를 들었다. 무언가를 흥얼거리는 음색은 늘 같은 곳에서 끊겨 맴돌곤 했다. 핏덩이를 닦아낸 물이 발 아래에 고인다. 핏물은 바닥을 타고 하수구로 흘러간다. 일련의 과정동안 남자의 음색은 여즉 같은 곳을 맴돌고 있었다. 고장난 오르골처럼 반복되는 음색을 싫어했다. 기이케도 그 음색은 가라앉은 기억 중 진흙탕 속에 쳐박힌 걸 끌어내므로.

샤리벨은 눈을 감았다. 귓가에 메아리치는 비명소리가 여즉 선연했다. 그 비명 위에 오늘의 이단자의 비명을 덧칠한다. 과거의 비명은 새로운 비명에 묻혀 다시 가라앉는다. 스스로는 심문관의 일을 좋아했다. 좋아할 수밖에 없지. 덧칠된 비명이 괴괴하다. 귀를 긁어대는 소리가 만족스러웠다. 비명을 음미하며 반복되는 남자의 콧노래를 묻었다. 따듯한 물과 비명소리. 기분 좋은 샤워를 끝내고 문을 열면 그의 반복되던 콧노래도 멎고 고소한 냄새와 달큰한 냄새가 어우러져 후각을 자극한다. 만족스러운 기분이다.

남자는 막 오븐에서 요리를 꺼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욱 진한 치즈냄새에 코가 간질거렸다. 강렬한 냄새에 그제야 공복이 크게 다가왔다. 남자는 식탁 위에 두 개의 그릇을 놓았다. 아직 오븐에는 하나의 그릇이 더 남아 있다.


“그리노가 오기로 했나봐?”

“아니, 폴르크랭. 쌓였다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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