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FF14

[폴그루] 미 케토 야외음악당

미 케토 야외음악당에선 오케스트라의 준비가 한창이었다. 악기를 조율하는 소리를 듣던 그루는 옆에서 퍼지는 연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코끝을 간질이는 독한 냄새. 익숙해지지도 않고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것 중에 하나였다.


“담배도 필 줄은 몰랐는데.”

“우리가 그렇게 자주 본 사이는 아니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빼, 머금고 있던 연기를 그루의 얼굴에 길게 내뱉었다. 후우, 숨을 내쉬는 소리와 함께 뱉어진 연기에 그루는 고개를 돌리고 마른 기침을 토해냈다. 찌푸린 얼굴이 그가 얼마나 싫어하고 있는 지 뻔히 보여 폴르크랭은 작게 혀를 찼다.


“끌까.”

“그래주면, 콜록. 고맙고.”


마른 기침을 토해낸 그루는 이윽고 기침이 멎자 다시 고개를 돌렸다. 마침 악기의 조율이 끝났는지 오케스트라는 느리게 전조를 키기 시작했다. 먼저 바이올린이 울리고, 느리게 첼로가 합세한다. 그루가 시선을 음악당의 중심에 두었을 때 폴르크랭은 담배연기를 다시 그의 얼굴로 뱉어냈다.


“손.”

“……하아.”


뻗어진 손. 여즉 뜨거울 것이 뻔한 담배를 그루의 손바닥 위에 비벼 끈 폴르크랭은 거리낄 것 없이 꽁초를 그루의 손 위에 올려두고 손을 빼냈다. 고통이야 익숙하겠지. 그 생각이 당연케도 그루는 인상으로 조금 찌푸리는 것으로 고통에 대한 표현을 끝냈다. 주먹을 악쥐어 손바닥이 뜨거움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정도야 그리 신경쓰이는 정도도 아니다. 그루는 주먹을 쥔 손가락을 반대손, 엄지로 문질러대며 시선을 음악당에 고정시켰다. 전조가 끝나 모든 악기들이 어우러지기 시작하고 지루한 음악의 향연이었다.

악기만이 울리는 음악이 울리는 고요한 음악당. 폴르크랭은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그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드물게도 그의 얼굴엔 아주 미미한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가 요리를 할 때에나 보았던 표정. 그의 ‘좋음’이란 폴르크랭이 이해하기는 힘든 것이었다.


“이런 게 좋은거냐.”

“좋아.”


좋다는 말을 혀로 굴려 내뱉은 그루의 얼굴이 조금 더 변화했다. 눈매가 아래로 쳐지고, 입매가 부드러이 호선을 그린다. 그것은 흔히들 미소라고 부를 법한 표정이었다. 이윽고 완전히 눈까지 감아버린 그 표정은 폴르크랭이 단언컨대 기사단 내에 있었을 적 단 한 번도 본 적 없던 표정이었다. 폴르크랭은 입안이 바싹 마르는 기분을 느끼며 다시 되물었다.


“……이런 게 좋다고?”

“좋아.”

“정말로?”

“쉿.”


입이 오무라들고 느린 숨이 터져나왔다. 폴르크랭은 침묵을 지켰다. 딱히 그루의 말에 입을 맞춰준 건 아니었다. 다만 뒷목이 뻐근하고 아랫배가 묵지근해진 탓이다. 마른 입술을 혀를 내어 핥으며 폴르크랭은 생각했다.

거봐.

사랑이잖아.




“히, 크웃……”

“쉿.”


그루의 표정을 따라하듯 입술을 오무린 폴르크랭이 이윽고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까까지 짓고 있던 은은한 미소는 그 얼굴에 이제 남아있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평소의 그 얼굴이다. 오만하고, 도발적인. 그러나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 같은 텅빈. 그러한 얼굴.


“이런 곳에서까지 발정할 줄은, 몰, 아, 하윽!”

“소리 높이면 밖까지 들릴 텐데.”

“아, 흐, 윽……  밖에서 흥분하, 다니, 더할나위 없는, 변, 흐, 태네.”

“글쎄.”


폴르크랭은 그 얼굴 위로 고개를 숙였다. 허리를 숙이는 탓에 그의 안쪽으로 제것이 더욱 깊게 들어가던가는 제 알바가 아니었다. 그루가 등을 굽히며 최대한 아래에서 힘을 빼려는 것을 느긋이 지켜보며 그 입에 입을 맞췄다. 혀를 내어 핥고, 거칠게 혓바닥을 문지르고.

사랑이 아니라고 단언한 주제에 그 감정을 쥐고 흔드는 짓을 퍽 잘했다. 그가 부탁하지만 않았어도 이 지루한 음악을 같이 듣고 있는 일도 없었을 테지. 차라리 지금 듣고 있는 소리가 훨씬 귀에 좋지 않느냔 말이다. 움직이던 것을 멈추고 가만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밭은 숨을 토해내며 그루가 열이 올라 붉어진 얼굴로 의문어린 표정을 지었다.


“움직일까?”

“빨리, 끝내. 아직 다음 공연, 남, 았…… 흐!”

“조용히.”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은, 없지. 그의 아랫 입술을 깨물며 일부러 더더욱 느리게 허리를 움직여댄다. 그가 좋아하는 곳만을 자극해주면 곧이라도 갈 것 같은 표정으로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서 끝내라는 것처럼 내부를 조이고, 허리를 흔들고. 퍽 귀여운 앙탈이다.

마른 입술을 적셨다. 바싹 마르는 건 제 감정인지, 몸뚱인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딴 것 알게 뭔가. 나는 지금 그를 안고 있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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