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FF14

제노히카



+ 졸린데 너무 쓰고 싶어서 급하게 휘갈김

+ 뒷편은 또 오늘처럼 정신 나가 있으면 나올 수 있음






「바리스 조스 갈부스의 죽음 이후, 에오르제아의 야만인이 황제위에 올랐다. 반발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우습게도 그 반란을 잠재운 것은 황태자였다. 제노스 예 갈부스는 제국 내 반란이 일어나는 곳에 그 스스로 선두에 섰으며 반란을 잠재웠다. 그러한 제노스의 행보로 인해 찬탈자와 제노스의 관계는 어딜가나 화제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으나 명확한 진위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뭔가, 무료하네."

"그런가."


남자의 목소리에 제노스는 고개를 들어 남자을 응망했다. 황제가 앉던 자리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선엔 그 스스로 입에 담았던 그대로 지루함이 그득했다. 눈을 감는가 싶더니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던 남자는 이내 몸을 일으켰다. 고작 몸을 일으키는 동작 하나에도 일렬한 사관들은 긴장해 몸을 굳힌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의 손아귀에 얼마나 많은 이가 죽었던가. 얼마나 많은 이가 무력함을 경험했던가. 그가 내리는 죽음은 공평했다. 자신조차 온전히 막지 못했다.

윌의 성씨를 주고 제 곁에 두려던 이가 얼마나 손속을 두고 자신을 상대했었는지, 그제야 남자의 진면목을 보았다. 그와의 싸움이 전부 무승부로 끝났다는 건 결코 그와 자신의 무력이 같다는 뜻이 되지 못했다. 정말로 비등했다면 그 무수한 결투 중 어떤 방식으로던 결판은 나야 옳았다. 그러나 남자는 자신에게 맞춰 자신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교묘하게 무승부를 꾸몄고, 자신은 그걸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의 찬탈에 뼛속 깊은 쾌락을 느껴버린 것이다.

삶의 이유 하나 없으니 바라던 것은 죽음이었다. 동격의 인간에게 죽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나를 죽일 수 있도록 허락된 존재가 동격의 인간이었을 뿐이다. 지위. 빌어먹을 황태자의 지위. 죽음마저 내것이 아니었으니.

그러나 그가 자신보다 월등히 높은 곳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을 안 그 순간에 살아갈 이유가 생겼다. 그를 제 손으로 죽여보겠다고. 남자를 내 힘으로 끌어내려보겠다고. 그렇기에 빠르게 반란을 잠재웠다. 가지고 싶지도 않았던 황제 직위에 흥미가 동했다.

침실로 향하던 남자가 문득 뒤를 돈다.


"나의 예."


남자는 내가 하던 말버릇을 그대로 흉내내고 있었다. 나의 윌. 그의 목소리 위로 제 목소리가 겹쳤다. 그것이 어찌나 귓가를 울려대던지, 눈을 휘며 웃는 그의 뒤를 따랐다. 뒤로 안도 섞인 한숨이 흐른다. 남자는 구태여 그것을 못들은 척 했다. 그러므로 자신도 모르는 척 해주었다.


"그대가 이런 짓을 저지를 줄 알았다면 황성으로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또 그 말?"

"사실 그대와 나 사이의 화두는 많지 않지."

"그럼 어젯밤 이야기라도 하는게 어때? 내 뒷구멍 맛이라거나, 교성이라던가."

"별로 당기는 이야기는 아니군. 어차피 오늘 밤에도 한껏 듣고 볼 것들 아닌가."


남자는 어깨를 으쓱였다. 정말로 오늘도 할 생각이었군. 남자를 흘기자 남자는 팔을 뻗어 제 머리칼을 잡아당겼다. 통증따라 고개를 숙이니 남자의 손이 귓바퀴로 올라 뒷통수를 감싼다. 가까워진 시선. 이윽고 온전히 가까워져 입이 맞닿는다.

이를 세워 제 입술을 깨물고, 혀를 내어 핥고. 입을 벌리자 능숙하게 파고들어 혀를 얽는다. 점막과 점막이 미끄러지면서도 온전하게 맞물리고 남자는 부러 혀로 농탕질치며 질척이는 소리를 입속에서 울리게 했다. 잠시 떨어진 사이 호흡. 다시 맞부닥치는 입. 분명 뜨거워져야 할 행위임에도 남자도 자신도 탐하는 게 없는 탓인가. 달아오르질 않는다.

남자는 금세 자신에게서 손을 떼고 얼굴을 뒤로 물렸다. 턱으로 흐른 타액을 엄지로 문질러 닦아내며 가벼이 등을 돌린다. 그 걸음엔 미련 하나 없다.

어느 순간 황제위도 그리 쉽게 버리고 갈지 모르지. 문득 든 생각에 등골 시리도록 소름이 올랐고, 자신은 뛰듯 남자에게 가까워져 남자의 어깨를 잡고 입을 맞췄다. 남자는 자신을 밀어내지 않는 것으로 허락을 알렸고, 그의 허락에 등떠밀려 욕망을 부닥친다. 그 어떤 것도 탐하지 않던 방금과는 달랐다. 숨을 갈구하듯, 그와 입을 맞추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는 것처럼 그의 입에 매달려 거칠게 탐하는 행위에 몸이 달기 시작했고, 숨결이 뜨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열이 오르고, 발끝이 간질거리는. 그런.

입이 잠깐 떨어진 사이에 남자가 물었다.


"왜?"

"모른다."


알아도 차마 입에 담기 껄끄러운 종류의 것임은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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