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Stardew Valley

그루 과거와 샘

트위터에서 푼 썰이라 횡설수설할 수 있음



샘 호감도 3 이벤트 및 그루 과거 썰






쨍한 무더위. 조디가 보내는 선물을 들고 샘은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지난 번 볼란테에게 도움을 받았다나. 선물이 음식이다보니 무더위에 상할까 걸음이 절로 빨라졌다.

농장으로 가는 길목에는 꽃이 피어있었고 가끔은 다람쥐가 나무를 오르기도 했다. 꽤나 볼만한 풍경이기는 했지만 무더위에 절어있는 샘은 차마 풍경을 볼 여유가 없었다. 오늘따라 유독 날이 더운 것 같아 빨리 선물을 하고 바닷가로 놀러갈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루가 있으면 같이 놀러가자고 할까? 바닷가는 싫어하던가. 머리뚜껑을 열어본다면 아마 스무디처럼 흐물흐물 녹았을 것이 분명한 뇌로 조금 흐무러지는 생각을 했다.

아. 농장의 경계다. 몇 발자국만 더 걸으면 볼란테와 그루가 관리하는 별무리 농장이었다. 별무리라. 그러고보니 그 근처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별들이 쏟아질 것 같이 예뻤는데. 그런 생각까지 할 즈음에야 지어진 오두막이 보였다.

볼란테와 그루는 오두막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근처에 큰 아름드리 나무가 서있어서인가, 그늘 안은 퍽 시원해보였다.

선물을 건네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을까.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렸다.


"그러고보니 당신 꽤 분위기가 누그러진 거 알아요?"

"내가?"

"그런 점이요. 평소였다면 묻지도 않고 헛소리 말라며 일축했을 텐데."


샘은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기척을 죽였다. 퍽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그루는 과거의 이야기를 별로 꺼내지 않았다. 물어보더라도 그루의 말솜씨는 퍽 부드럽게 휘어져서 어느샌가 과거 이야기를 하고 있던 건 나였다.


"지난 번에도 그래요. 과거 이야기 하자니까 말을 돌리는 꼴이 얼마나 기가 차던지."

"흠."

"도시에 있을 때 기억 안나요? 제가 과거 얘기좀 해달라고 했더니 우리가 그 정도 사이는 되던가? 하며 말도 못붙이게 하더니."

"그랬던가."


그루의 말투를 흉내낸 볼란테의 목소리가 꽤 닮았다고 생각해서 웃음이 터질 뻔 했다. 간신히 참았지만.


"뭐 됐어요. 그래서 여긴 어때요? 난 마음에 드는데. 평화롭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나쁘지 않아. 고요하고. 그 기저에 깔린 불안감도."

"그거…"

"아무리 평화로워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나라지."

"당신도 참 나쁜 사람이에요."

"알아."


문득 해변가의 대화가 떠올랐다. 아버지가 돌아올 수 있을까, 불안하게 묻던 심정이 떠올랐다. 그루의 목소리에 일순 형언할 수 없는 구토감이 치밀었다. 그루는 그 때 결국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다.

단순한 흥미감이었을까. 그때 내가 한 이야기를 들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손에 쥐고 있던 렌즈콩 스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둘이 나를 봤지만 인사를 할 마음도 바닥으로 떨어진 뒤였다.

어쩌면 변명이라도 듣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면서도 결국 뛰어서 도망치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끝까지 나를 붙잡는 소리는 없었다.




며칠간 그루를 피해다녔다. 그루가 먼 발치서라도 보이면 그대로 우뚝 굳어있다가도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퍽 노골적인 회핑도 그루는 지금까지와 별 다를 바 없는 태도였다. 그게 더 속이 끓었다.

금요일. 샘과 아비게일과 살롱에서 놀고 드물게도 내가 마지막까지 남은 날. 볼란테가 단정한 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피할 거라면 그루만 피하면 됐잖아요."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튀어오른 볼란테의 조금은 탓하는 어조. 그녀는 상냥하게 웃었다.


"왜 그런 반응을 했나 했더니, 조디 이야기를 듣고 알았어요. 아, 거스 여기 와인 한 잔만 줘요."


거스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와인을 따 볼란테의 앞에 잔을 두고 그 옆에 와인병을 두었다. 포도의 향이 퍽 달게 느껴졌다.


"샘도 마셔요?"

"……별로 맛 없어서 안 마셔."


볼란테는 느긋하게 와인잔을 기울여 한 번에 잔을 다 비워내곤 내게 시선을 돌렸다.


"오해에요."

"뭐가?"

"그루말예요."

""

"그거 알아요? 그루는 자기 과거 얘기하는 거 정말 싫어해요."


안다. 그래서 그때 과거 얘기가 나오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지 않은가.


"징병이었어요. 그게 꽤 전이라 그루도 성인은 아니었다는데 강압적이었다나봐요."

"…어?"

"나도 그루 친척한테 들은 거고요. 뭐, 솔직히 진짜 친척은 아닌 거 같아요. 같은 고향사람이라 친척이라 한 걸수도 있고."


볼란테의 목소리가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루는 타지 출신이에요. 어디인지도 말 안 해주고 걔는, 아 그러니까 그루 친척이요. 걔는 고향에서 나온지 너무 오래돼서 잊었다고 했어요. 다 죽었다고 했으니 뭐, 기억할 의미가 있겠나요."

"…"

"그래도 그루는 꽤 나았죠. 부모랑 같이 도시로 왔다고 했거든요. 뭐, 징병되어서 몇년이나 전쟁터 구르다 온 걸 부모 전부 죽은 거랑 비교해서 낫냐 낫지 않냐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엔 다른 의미로 구토감이 치밀었다.


"너무 어두운 얘기 했나요? 이거 내가 말했다는 건 비밀이에요?"

"왜… 왜 나한테 얘기하는 거야?"

"오해했잖아요."

"……"

"그루는 지금 그렇게 안정을 찾고 있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나쁘다고 했던 거고. 뭐, 상황 좀 비슷해보여서 참견해봤어요. 그런 걸로 오해받는 것도 불쌍하고. 이런 말 하면 동정받으려 살아온 삶 아니라고 혼만 잔뜩 나겠지만."

"……말할 거야."

"네?"

"볼란테가 나한테 말했다고 그루한테 전부 말할 거라고."

"왜요?"


볼란테의 천연덕스러운 말에 마른침을 삼켰다. 이런 무거운 얘기를 들었는데 비밀로 남겨두라고? 나는 못한다.


"…미안하니까."

"와. 신선해라."

"뭐가?"

"도시에서 그루 주변 맴돌던 애들은 하나같이 맛이 가있었거든요. 그루도 워낙 맛이 간 애니까요. 하긴 여기 오면서 좀 상냥해지긴 했네요."

"그래?"

"어지간하네요, 당신도. 얘기 듣기 전까진 그렇게 어두운 표정 하고 있더니. 눈에서 은하수 쏟아지겠어요."


볼란테는 어느새 완전히 빈 와인병을 흔들어보다 몸을 일으켰다.


"아무튼 이제 정말로 끝. 과거 이야기 더 듣고 싶으면 그루한테 물어봐요. 거절만 당하겠지만."

"응. 고마워, 볼란테."

"동정이었는데도요?"

"난 상관 없어."

"그런 것 같네요. 알아서 잘 해봐요. 내일은 나도 레아랑 놀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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