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Stardew Valley

셰인그루

대학생 셰인 날조

원래 덕질은 선동과 날조라고 했습니다




손아귀가 저릿했다. 홈런이었다. 한참을 달렸던 탓에 턱끝까지 숨이 차올랐고. 그리고, 그러니까. 어땠더라? 쏟아지는 함성소리가 귀를 아프게 울렸던 것도 같은데.


“……소리, 하아, 좀 죽여봐.”

“아무, 소리 안냈, 흐, 거든……”


목을 울리며 터져나오는 그의 거친 숨소리가 귓가를 덮는다. 함성이 들렸던 것도 같은데 이제는 아니었다. 남은 소리라고는 오로지 발정으로 헐떡이는 호흡뿐.

입안이 텁텁했다. 목끝까지 차오른 갈급을 해소하기 위해 그의 목덜미를 계속해 잘근댔다. 그리한다 해서 혀가 축여질 리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었다.

벽으로 몰아세워진 그의 몸.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벽을 짚고 선 그의 손아귀에 제 손을 겹치고 은근하게 손가락 사이사이로 제 손가락을 얽는다. 땀으로 흥건히 젖은 손이 끈적하게 그의 손에 깍지껴졌다. 퍽 노골적인 스킨쉽에도 그는 제 손을 내치지는 않았다. 내칠 수 없다는 것에 가깝겠지만.

문질러지는 그의 맨살은 땀 한 방울 흐르지 않아 메말랐고, 차가웠다. 온몸 그득히 차오른 열기를 삭히기에 적격이었다. 한 손은 깍지를 낀 채 그의 옷을 억지로 끌어내리고 둔부 위로 완전히 발기한 성기를 문지른다. 그가 제 손을 내치지 않은 이유라면 역시 이런 것밖에 없다.

마른 살결을 땀에 젖은 손바닥으로 문지르고 더듬을 때마다 식어있던 그의 몸이 미지근해지며 열을 품는다. 제 손아귀 아래서 흥분해가는 걸 느끼는 건 꽤나 만족스러운 일이라 입꼬리가 희미하게 위로 올랐다.

조급해진 마음을 굳이 감출 필요도 없었다. 몸을 섞은 게 한두 번이던가. 이미 준비를 전부 마쳤을 것이 빤한 그의 둔부를 손으로 쥐고 천천히 제 것을 밀어넣는다. 그의 몸은 쉬이도 제 성기를 받아들였다.


“하, 흐……”

“큿……”


익숙한 감촉이었다. 성기를 조여무는 내벽의 감촉에 등골이 오싹하게 올리고 하반신에 힘이 들어간다. 얼굴, 아. 얼굴이 보고 싶던가. 목덜미를 짓이기듯 깨물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여기 봐. 제 목소리를 그는 무시하곤 어서 움직이라는 듯 허리만 달싹댄다.

앙다물린 입. 잇새로 흐르는 신음은 제 귓가를 만족스레 간질였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한 번 얼굴을 보고 싶다고 생각하니 지금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깍지낀 손을 풀고 그의 허리를 붙잡고. 그가 좋아하는 부근까지 좆대를 밀어넣었다가도 전부 빼내고.

왜 멈추냐는 듯 짜증스런 목소리를 내는 그의 어깨를 붙잡아 돌렸던가. 다리를 붙잡아 벽으로 밀어올리고. 몸이 허공에 뜨자 당황해서 제 목덜미를 붙잡는 그. 다시 그의 뒷구멍에 제 귀두를 문질러 자리를 맞추고, 밀어넣으면.


“셰, 인……!”


흥분으로 온통 긁어낸 듯한 쉬어빠진 목소리가.

뒷꿈치에 힘이 들어갔다. 머리가 아찔할 정도의 흥분이 뇌를 휩쓸었다. 반사적으로 얼굴을 올리면 열기로 붉어진 얼굴이 보였는데 어떤 표정인지 제대로 그려지지가 않았다. 녹색. 녹색이 보였는데. 눈매를 좁혀 그의 얼굴을 훑으려 애를 쓰면, 눈가 아래에 있는 눈물점까지 보인 것도 같다.





“아…… 하아.”


눈부시게 쏟아지는 빛무리. 어제 켜놓은 티비에서 희미한 잡음 소리가 귓가를 울려댔다. 야구장의 함성소리와 홈런을 외치는 소리. 녹화해 놓은 그리드볼의 영상. 비척비척 몸을 일으켰다. 손아귀가 온통 땀으로 끈적였다.


“……죽고 싶다.”


몽정이었다.





셰인은 현재를 정말이지 죽도록 싫어했다. 미래라는 것은 올가미처럼 느껴져 금방이라도 제 목에 휘감겨 교수대로 끌고갈 것만 같았다. 가끔은 끌려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올가미에 목을 내어주고나면. 정신을 차렸을 때엔 절벽 바로 앞이었다.

우습게도 떨어지는 건 무서워서. 그래서 그 한 걸음을 더 딛지 못했지만.

항상 그런 날들이었다. 변할 것 같지 않고 변할 리도 없을 것 같은 삶. 매일같이 챗바퀴처럼 반복되기만 하는 하루. 챗바퀴는 질리면 밖으로 빠져나갈 수라도 있지. 제게 현재란 빠져나갈 수도 없는 회색늪이었다.


“……”


그래서 그 갑작스러운 변화에 일순 호흡이 멎어버린 것이다.

그 낡아빠진 농장에 누군가 온다고만 들었지, 설마하니 그게 그일 줄이라고는 상상조차도 하지 못했다. 그와의 관계로 몽정한 날이었기 때문에 더욱 당황스러웠다.

그는 변한 것이 조금도 없었다. 대학생 때 보았을 때에서 조금 나이를 먹은 것 같은가. 앳된 티가 조금 사라진 정도. 그 이상의 변화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 때와는 달리 자신은 이다지도 진창에 쳐박혔는데.

숨이 가빠졌고, 헛구역질이 올랐다. 그의 무심한 시선이 당연스럽게도 저를 훑고 가서 더욱 그랬다. 기억하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기억하지 못하면 차라리 자신은 좋았다. 과거와 현재의 괴리감을 자각하게 하는 건 자신이라는 교두보로도 충분했으니 그 연결점을 더 추가할 필요는 없지 않나.

쓸데 없이 좋았던 과거를 꺼내며 자위할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그럴수록 비참해지는 건 현재의 나였으니까.


“어서오렴. 네가 별무리 농장의 새 주인이구나?”


그러니까. 제발.


“내 이름은 마니란다! 재스, 인사해야지?”

“……안녕.”

“그리고 친척인 셰인이야. 잠시 사정이 있어 우리 집에 머물고 있단다.”


제발 그만둬.


“셰인?”


잊고 있었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제 이름을 담는 걸 들어본 게 몇 년 만이었더라?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무언가 대답을 해야하는데 차마 무슨 대답을 해야할 지 알 수 없었다. 잠시 내려앉은 침묵에 마니가 눈치를 줄 쯔음에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루.”


다행히도 잊지 않은 그의 이름. 그루는 저를 보며 입꼬리를 비틀어올렸다. 퍽 재미난 것을 보았다는 것처럼. 차마 시선을 맞출 수 없었다. 그루의 목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오랜만이네.”

“……어, 응.”

“아는 사이니?”

“셰인이 대학생일 때 잠깐.”


그루의 녹색 눈동자가 저를 향하면 등골을 타고 오싹한 감각이 흘렀다. 속이 좋지 않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뛰쳐나가고 싶었다. 이런 모습을 하필이면 제일 보이고 싶지 않은 상대에게 들켜서.


“잠시 있다 가겠니? 셰인의 방은 저쪽이야.”


제발 그러지 말라고. 마니 이모의 입을 당장이라도 틀어막고 싶었다.


“그럼 잠시 있다 갈게.”


그루의 고개가 옆으로 기울어졌다. 눈매가 휘어졌다. 저 웃음을. 자신은 단 한 번도 거부해본 적이 없었다. 거역할 수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른다. 그 시절의 자신처럼 고개를 들려고해도 자꾸만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느리게만 느껴지는 걸음으로 간신히 방문을 열었고, 그루는 평이하게 제 침대에 가 앉는다.


“많이 바뀌었네.”


남 생각은 않고 비수를 꽂는 그 말투도 변한 것이 전혀 없다.


“그리드볼 그만뒀어?”


아직도 하고 있다면 그렇게까지 몸이 망가질 일이 없었겠지. 그루의 시선이 제 뱃살로 내려갔다가도 다시 얼굴로 올라온다.


“살도 쪘고, 얼굴도 늘어졌고.”


손가락을 들어올린 그가 가까이 오라는 듯 손 끝을 까딱였다. 얼결에 가까이 다가가면 그의 팔이 제 목덜미를 휘어감고 잡아 당긴다.

무게로 뒤로 밀리는 그의 몸. 제 침대 위에서 그루는 저를 올려다보고 있다.


“멍청해졌네.”


그 때였다면 어땠을까. 입을 열고 그의 목덜미를 짓씹고. 당장에라도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겨냈을까. 지금의 자신은 할 수 없는 행동들. 그루는 그저 웃었다.


“네가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으면 이름만 같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걸.”

“그렇, 겠지.”


목소리가 경련을 일으켰다. 저가 듣기에도 주눅들고 자신감 없는 목소리였다. 죽고싶었다. 당장이라도 죽고 싶었다. 진작에 그 올가미에 목을 걸어놓았어야 했다. 절벽이라는 교수대 위에 밧줄 끝을 걸고 그대로 뛰어내렸어야 했다.


“셰인.”


그랬더라면 이렇게까지 비참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왜 여길 안 봐.”


제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손길이 농밀했다. 옷 안으로 들어갈 것처럼 그 근처에서만 지분대는 손길. 조금은 단단하게 저를 잡고 끌어당기는 힘. 그러나 거부하려하면 손쉽게 떨어뜨릴 수 있을 것 같은 아주 은밀한 얽어맴.

숨이 턱하니 막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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