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Stardew Valley

생축썰


생일 축하하려다가 내 생일까지 영 쓸 시간이 없어서 결국 썰만 올리기루 언젠가 다듬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지금은 아니다ㅠ





"자네는 생일이 언제인가?"


그루는 문의 앞에 서서 생일을 물어오는 루이스를 보았다. 아침부터 이런 시답잖은 일로 찾아오다니. 느즈막하게 일어나는 걸 선호하는 그루에게 있어 이렇게까지 귀찮은 일도 없다.


"그건 왜."


그러니 나오는 말이 고울리가. 루이스는 그루의 따가운 말투에도 익숙하다는 듯 허허로이 웃었다. 그루가 펠리칸 마을에 온 지 한 달에 가까워졌고 루이스는 그루의 성향을 어느정도는 파악한 상태였다. 마을 사람들을 파악하는 건 촌장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사람다웠다.


"펠리칸 마을에는 게시판에 모두의 생일을 공개해 둔다네. 생일 축하를 받는 건 좋은 일 아닌가."

"필요 없어. 내 생일은 없는 걸로 쳐."


쾅. 루이스의 면전에서 문이 닫혔다. 아무리 성격 좋은 루이스라도 이렇게까지 냉대 당하면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다. 그루에게 더는 생일을 물어보지 않으리라. 루이스는 그루의 생일을 게시판의 일정에 올리는 걸 빠르게 포기했다.





그런 연유로 그루의 생일은 펠리칸 마을의 게시판에는 게시되지 않았다. 다들 매일마다 게시판을 확인하는 것도 아니었고 달마다 넘어가는 게시판을 보며 그루의 생일은 이 달이 아니겠구나, 정도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누군가 먼저 그루에게 생일을 물어보는 일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루의 생일이 게시판에서 빠져있는 걸 알게된 건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금요일의 어느 날, 볼란테가 거스에게 뭔가를 주문하고 있었다. 오면 술이나 가벼운 음식이나 먹고 말지 거스와 실랑이를 하고 있는 볼란테는 처음봤다. 애비게일이 먼저 총총 볼란테에게 다가갔다.


"볼란테! 뭐해?"


뒤에서 확 끌어안자 볼란테는 놀란 소리를 냈다가도 이내 즐거운 소리를 내며 애비게일의 머리를 잔뜩 쓰다듬는다.


"그게."

"케이크를 구울 수 있냐고 물어보지 뭐야."

"케이크?"

"응. 생일용으로요. 근데 거스가 케이크를 구울 줄 모른다네요. 어쩜 좋담."

"요리와 제빵은 다른 거니 말이야. 에블린씨에게 물어보는 건 어떨까?"

"에블린은 제과는 할 줄 알아도 제빵은 잘 모른다고 하던 걸요."


볼란테의 말에 물음이 차올랐다. 샘이 번쩍 손을 들었다.


"그런데 누가 생일이야?"

"그루요. 곧 13일이잖아요. 정확하게는 음력이지만."

"어?"

"응?"

"진짜?"


"그러고보니 그루의 생일을 게시판에서 한 번도 본 적 없었어."

"그루는 생일축하같은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저도 그냥 케이크만 주고 말아요. 단 건 안 좋아하니까 별로 안 단 치즈케이크 같은 거."

"왜? 축하받으면 좋잖아."

"음… 그건 그루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어때요? 저는 왜 싫어하는 지는 못 들었네요."


볼란테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번은 그냥 다른 걸로 대체하겠다며 살롱을 나가버렸다. 애비게일은 샘과 세바스찬을 두고 총총 볼란테를 따라 나간다. 어차피 둘이 큐볼할 테니까 나는 빠질래. 볼란테! 나랑 놀자! 던전 갈거지? 응? 멀어지는 애비게일의 목소리.


"생일 축하라…"

"아, 깜짝이야. 언제부터 있었어?"

"볼란테가 실랑이를 할 때부터 있었지."

"처음부터 있었다는 거잖아."


엘리엇이 하하 웃었다. 같이 술잔을 기울이던 하비도 따라 어색하게 웃었다. 네 사람은 얼결에 같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가 다시 일어났다. 너무 좁다 저 안쪽으로 가자. 남자 큐볼 대회를 했던 곳이다. 네 사람이 모여있으니 슬그머니 알렉스가 합류했다. 뭐해? 그루 생일이래서 선물을 고민하고 있어.


"근데 그루는 왠지 생일을 챙겨줘도 뭐야? 하고 말 거 같은데."

"그건 그래. 볼란테도 그랬잖아. 생일 챙기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고."

"그럼 선물만 줘야하나? 그래도 축하는 해주고 싶은데."


"근데 생일이 언제인데?"


늦게 와서 듣지 못했던 알렉스의 말에 모두가 같이 대답했다.


"13일이래."

"그럼 3월 13일인가."

"음력이랬으니까 2월 13일이야. 올해는 3월 19일인가?"

"게시판에는 왜 안 올라갔지?"

"촌장이 빼먹었거나 그루가 거절했거나 아니야? 싫어한다고 했으니까."

"그럼 결국 또 어떻게 챙겨주느냐가 되는데."


엘리엇은 잠시 고민하던 끝에 먼저 몸을 일으켰다.


"그럼 시간도 얼마 없으니 먼저 일어나볼게."

"선물은 어떻게 하게?"

"이미 정했어. 그래서 빨리 준비하려고 말이야."


엘리엇의 말에 모두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루가 생일축하를 싫어한다면 모두 모여 축하를 해주는 건 역시 불필요한 일이었다. 각각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로 해주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모두가 살롱을 빠져나갔을 때에야 살롱에 남아있던 두 사람이 중얼거렸다.


"생일인가…"


켄트와 셰인은 서로 잠시 눈을 마주쳤다. 먼저 시선을 돌린 건 셰인이었지만 살롱을 먼저 빠져나간 건 켄트였다.


셰인은 생각했다. 그는 그저 지독스런 우연으로 불행을 공유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래도 그것으로 안도감을 얻은 건 자신 아닌가. 그러니 축하해줄 명분은 충분했다.


켄트는 생각했다. 동정일 뿐이라도 그가 건네준 건 분명히 온기였다. 전쟁 속에서 현실로 끌어내는 건 평화로운 마을이 아니라 동류가 건네는 동정이었다. 그러니 보답하기에 명분은 충분했다.





그루는 느리게 몸을 일으켰다. 어젯날도 진득한 섹스를 했던 탓에 허리가 욱신거렸다. 켄트가 온통 짓누르고 뭉갠 살점에는 명확한 흔적이 남아있다. 그루는 몸을 일으켰고 냉장고를 열었다. 볼란테가 전날 주고 간 케이크가 있었다.

딱히 생일을 축하하지 않는데에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너무 오랫동안 챙기지 않았던 통에 익숙하지 않게 되었을 뿐이다. 익숙하지 않는 걸 받는 것은 그저 어색하기만 할 뿐이다.

볼란테의 케이크는 그렇기 때문에 생일을 잊고 넘기지 않기 위한 하나의 교두보였다. 이번에는 좀 엉망진창의 케이크였지만 어차피 그루는 그녀가 준 케이크를 제대로 먹지 않았기 때문에 상관 없었다. 볼란테도 그루가 케이크를 전부 버리는 것을 알았지만 이건 볼란테는 케이크를 선물하는 건 멈추지 않았다. 어쨌던 간에 그루는 그녀에게 도움을 주었다. 그러니 축하 정도는 제 멋대로 해도 되리라.

어쩌면 그녀의 선물을 모조리 버리는 그루의 행위 탓에 생일을 챙기는 걸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는 걸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루는 볼란테의 케이크를 먹을 마음이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자신이 만든 것보다 맛이 없었으니까.

익숙한 손길로 냉장고에 자리한 엉망의 케이크를 꺼냈다. 빈속에도 상관 없이 생크림과 케이크 시트를 한 번에 조금 입에 넣었다가 역시 그 이상 먹지 못하고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버렸다. 텅. 생크림이 질척거리며 쓰레기통 옆면에 달라붙는다.


"생일 축하한다."


켄트는 그루를 뒤에서 끌어안은 채 적당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시선은 쓰레기통에 고정되어 있었다. 자신이 줄 선물도 저렇게 될까. 켄트는 가지고 왔던 선물을 건네는 것을 꺼리며 그루의 입에 제 입을 맞췄다. 동정인 것을 안다. 그러니 더욱 쉽게 맞댈 수 있는 것이다. 애정이 아니니 조디를 배신한 것이 아니지 않을까. 그리 자위하면서.

그루의 입에서는 달기만 한 생크림 맛이 났다.





샘은 그루의 집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렸다. 너무 일찍 온 건 아닐까? 아니 그보다 선물을 마음에 들어할까? 그 고민은 그루의 집에서 켄트가 나오기 전까지 계속 됐다.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은 부자관계. 두 사람은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이웃조차도 그들보다는 친숙하게 인사하리라.




그루가 꽃다발에 별 의미를 담지 않는 걸 알아서 다들 자기 자신의 마음을 듬뿍담아 꽃다발도 같이 선물한다

샘의 생일선물 : 작사작곡한 곡 CD

세바스찬의 생일선물 : 오토바이를 태우고 거기... 어디야 야경 보러감

하비의 생일선물 : 연고 등의 외상약

엘리엇의 생일선물 : 짧은 로맨스 단편 퀴어물

알렉스의 생일선물 : 꽃다발 말고는 선물할 게 없어서 한참 머뭇거리다가 주고 뛰쳐나감

셰인 : 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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