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Fate

안 쓸 거 같아서

잘 포장된 겉껍질. 그 속에 들은 것. 본능이란 그렇다. 숨겨야 옳은 것. 드러내고 싶지 않은 본인을 이루는 그 근간. 드러내서 찔리고 싶지 않은 약점.


"안타까운 일이야. 누군가에게 찔릴까 겁내며 숨기기 급급하다는 건."

"또 무슨 헛소리를 하는가 했더니……"


랜서의 시선에도 아랑곳않은 채 그루는 등을 소파에 묻었다. 사실 그리 말하는 그루는 자신을 이루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다. 쾌락인가? 고개를 기울여도 도출되는 답 하나 명확치 않다. 결국 지껄이는 헛소리는 타인의 벌려진 근간을 타고 제 근간에 도달하는 것이다.


"내 원초적임은 뭘까? 응? 쿠 훌린."

"섹스겠지."

"너무하네."


낄낄 웃음을 터뜨리는 그루를 보며 쿠 훌린이 몸을 움직였다. 들고 있던 잔에서 우유 내음이 올라왔다. 데워진 잔은 그루의 뺨 옆에 닿았고, 급작스레 닿은 온기에 그루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굳혔다.


"뭐야, 따뜻한 건데."

"차갑지 않잖아."

"차가운 게 좋아?"

"응."


차갑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중얼이며 그루는 잔을 받아들였다. 우유의 고소한 냄새가 올라왔고, 끝으로 비린내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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