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Fate

누구세요? 저 그런 사람 몰라요

"마력량이 굉장한데."


등굣길. 저 멀리서 타인보다 월등한 마력량을 지닌 이가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압도적인 양. 그 육신에 다 받아들이지 못한 마력은 걸음걸음 새고 있을 지경이다. 마술사일지도 모르겠다는 말투에 린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야. 선생님은 '그런 체질'이거든."

"……'그런 체질'?"


조금 먼 거리, 소리가 들릴새랴 린의 목소리는 조금 줄어든다. 작아진 목소리에 아처가 귀를 기울이자 린은 가벼운 어조로 설명을 이어간다.


"그러니까, 마력패스가 언제나 열려서 관계를 맺을 때마다 연결되는 체질이라고 하면 알아 듣겠어?"

"아아. 그러니까 요컨데, 관계를 맺을 때마다 강제적으로 상대의 마력을 취한다?"

"잘 알아 듣네. 그런 거야. 하지만 반대로 마력패스가 언제나 열린 탓에 관계를 맺을 때마다 빼앗기는 타입도 있어. 그루 선생님은 네가 말한 쪽. 그래서 마력이 통상의 사람들보다 많지. 나도 아버지 말씀이 아니었다면 전혀 몰랐을 거라 그랬다면 너처럼 선생님을 마술사라고 의심했을 걸."


아처의 시선이 그 등을 향한다. 다시보아도 방대한 마력의 양. 마력패스의 연결로 하는 마력공급은 그 효율이 좋지 못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렇게 흘러 넘칠 정도라고 한다면, 결국 그 의미는 하나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저 녀석은……"

"선생님이야."

"내게는 선생이 아니다만."


린의 안광이 날카롭게 빛을 발한다. 여기서 말싸움해봤자 좋지 못하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으므로 아처는 한 수 접고 들어가기로 했다.


"그래, 저 선생은 주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소리인데."

"……그렇지."


괜시리 붉어진 뺨을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감춘다. 설명할 때는 자각하지 못했던 부끄러움이 몰린 탓이다. 고개를 가볍게 털어 순간 떠오른 것들을 전부 밀어내곤 린은 제 머리칼을 매만졌다.


"선생님의 마력이 조금씩 늘어나는 걸로 언제 해버렸나, 알아버리니까. ……얼마나 자주하는 지는 알아. 그 애인도 얼마나 마력이 많은 건지. 마술사라도 사귀는 걸까?"


흘러넘치는 마력. 도무지 한 사람에게서 긁어냈다고는 볼 수 없다. 상대가 아무리 마력이 넘친다고 해도 관계를 맺으며 그토록이나 흘려보내는데, 하룻밤만으로 그 마력이 원상태로 돌아갈리 없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상대가 바뀌는 것 같다만."

"하아? 무슨 소리야. 선생님이 그럴 리 없잖아."


이정도로 확고한 대답이 돌아오면 할 말이 없어져버린다. 린은 흘끗 제법 단정한 차림새로 걷는 그루를 흘끗였다.


"그루 선생님은 분명히 한 사람만을 위해 지고지순한 사랑을 할 타입이라구."


정말이지, 무슨 자신감인지. 저 마력의 양이 정말 한 사람에게서 뽑아낼 수 있는 양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미묘한 표정을 짓는 저를 올려다본 린이 인상을 조금 찌푸리고 이윽고 자신이 생각한 가설을 쏟아낸다.


"양이 저렇게 많은 건 일반인들 중에서도 간혹 마력이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런 걸거야. 그리고 마술사 연인. 어때?"


이거라면 네가 하는 의심도 좀 사라지겠지? 당당한 모양새. 납득가는 가설은 아니었지만 다시 이쯤에서 져줄까. 고개를 끄덕여준다.


"그래, 그렇다면 조금 납득가기도 하는군."

"그렇지? 자, 그보다 이제 그만 사라져. 학교에 도착하니까."

"알았다."


몸을 영체화시키자 린은 이윽고 학교의 앞에서 옷매무새를 깔끔히 정돈하곤 안으로 들어간다. 그루는 학생들의 인사를 적당하게 받아주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안경 너머의 시선이 참으로 차다. 그 어떤 것과도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듯한 단호함마저 흐르고 있다. 그 시선이 잠시 허공을 떠돈다. 일견 눈이 마주쳤나 싶었으나 시선을 돌려보자 제 너머의 새를 바라봄을 깨닫는다. 새가 짝지어 날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나즈막한 한숨. 다시 몸을 돌려 건물 안으로 모습을 감춘다.






제 옷매무새를 정돈해주는 랜서의 손길을 태연하게 받아들이며 낄낄대는 웃음으로 다시금 다리를 벌린다. 보는 사람 있다고! 화를 내는 목소리는 그의 쾌락에는 조금도 들어오지 않는 다는 듯, 그 멱살을 잡아 거칠게 입을 맞춘다.

벌어진 입, 소리를 늘어뜨리며 우리쪽으로 시선을 돌린 그가 눈꼬리마저 휘며 환히 웃으며 묻는다.


"같이 할래?"


린에게 시선을 돌린다. 랜서의 분통터지는 목소리가 예까지 들려온다.


"……지고지순?"

"……"

"……한 사람만?"

"……"

"……"

"저, 저건……"


린의 목소리는 심상찮게 흔들리고 있었다. 분노인지 억울인지 울분인지. 분간가지 않는 소리가 잇새로 짓이겨져 흘러나온다.


"……그루 선생님이 아니야!"

"……"

"그루 선생님이 그럴 리 없어!"

"안타깝게도 네가 아는 그 그루가 맞는데-."


낄낄 웃으며 제 어깨에 손을 얹은 그가 농밀하게 달라붙는다. 해볼래? 그의 마력이 제 몸을 순간에 훑어내렸다.


"어, 뭐야. 백버진? 그럼 그쪽은 못건드리겠네."

"……"

"……"

"할래?"

"너 임마, 낮에도 다른 녀석이랑도 해놓고 또냐! 이제 벌써 세 번째다. 그만해! 그리고 저거 서번트라고!"

"괜찮잖아? 조금쯤은."

"안 괜찮아!"


둘의 대화에 린의 고개가 바닥으로 쳐박혔다. 그리고 그루는 랜서의 힘에 끌려 저 너머로 사라져간다. 그가 마술사라는 것보다, 마스터라는 것보다 그 행동이 더욱 충격적이었는지 린은 한동안 아무말 하지 않았다.


"그런 체질에 저런 성격…… 으음. 넘치지 않는게 이상한 거였군."

"……"

"……울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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