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Fate

드림전력

- 인데, 이게 뭔지 모르겠다()


I don't know what is wrong, what is right. 

나는 뭐가 틀린지 뭐가 옳은지 몰라요.

It makes no difference, they're the same things. 

그 사이엔 차이가 없어요. 다 똑같아요.

Why I have to wander and wander? 

난 왜 생각하고, 생각해야 하나요?

- 자우림, #1



“교수님.”


가늘게 휘어지는 눈꼬리. 소년은 들고 있던 시험지를 뒤집어버리곤 눈을 휘며 웃었다. 그런 소년의 행동을 무시한 채 케이네스는 뒤집어진 시험지를 소년의 손 아래에서 꺼내올렸다. 스스로가 낸 문제들의 답은 전부 머릿속에 있다. 그렇기에 바로 그 자리에서 점수를 매겨간다. 그 결과는 참으로 우습게도 영점. 아니, 어떻게 본다면 만점과도 같다.


“전부 답을 바로 왼쪽으로 비껴갔군.”

“그래요? 찍었는데.”

“거짓말 마라.”


아하하. 농담이 안 통해, 교수님은. 적당히 웃으며 소년은 등을 등받이에 기대고 다리를 꼬았다. 케이네스는 어째서 이런 소년이 그런 천재성을 가지고 있는 지 알지 못했다. 가문이 특출난 것도 아니며, 마술사로써 정도를 걷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과 같은 천재성을 가졌으면서도 소년은 그것을 참으로 쓰잘 데 없는. 그래, 정말로 쓰잘 데 없는 곳에 쏟고 있었다.


“저와 언제 어울려주실 거에요?”

“그런 날은 없다.”

“솔라우씨 때문에?”

“그래.”

“그렇다면 기대하게 하지 말아요. 계속 끝나고 불러오니까 기대해버리잖아.”


투덜대는 시선에는 그런 것 하나 들지 않았기에 그것이 거짓임을 안다. 케이네스는 등을 돌렸다. 등에서 쏟아지는 한기에 소년은 몸을 가벼이 떨었다.


“네게 마술사의 재능이 없었다면 부르지 않았겠지.”

“정말 마술 좋아하시네요.”


위로 일그러진 표정은 기이케도 미소였다.





“일어나셨습니까?”

“……어어. 응. 지금 몇시야?”

“네 시입니다.”

“오래 잤네.”

“기절에 가까웠습니다만.”


소년은 어설프게 웃어넘기며 몸을 일으켰다. 나신 위에 대충 한 겹 걸쳐져 있던 천자락이 아래로 흘러내린다. 디어뮈드는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손길로 그에게 옷을 입혀주었다. 소년이 꼭 메이드 같노라 깔깔대며 웃었지만 그 스스로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반박하지 못하고 옷매무새를 정돈해줄 뿐이었다.


“교수님은?”

“솔라우님과 전략을 짜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팔대 이.”

“음?”

“교수님이 짠 제안을 솔라우씨가 거부하고 좀 더 과격하게 나갈 확률.”


소년은 재밌다는 듯 웃으며 기지개를 켰다. 케이네스가 참가한 성배전쟁이라는 것, 참으로 즐거웠다. 비록 직접 참가하지는 못했으나 이어가는 전투의 상황들, 뒤에서 돌고 도는 배신. 만연한 피비린내, 그 모든 게 고이 자란 소년에겐 신비로 다가왔고 그 신비는 즐거움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즐거운 건 서번트와 마스터의 관계. 서번트 또한 감정이 있는 이상 결국 마스터와의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금 제 교수와 서번트의 관계도 그렇지 않은가? 케이네스와의 관계가 지루한 그녀. 그리고 그 앞에 나타난 꿈에 그리던 기사님. 사랑 때문에 연주되는 불협화음은 그 나름대로 귀를 즐겁게 한다.


“어떻게 될 것 같으십니까?”

“질문의 대상이 틀렸어. 난 네 마스터가 아니잖아.”

“…….”


그 스스로도 아차하며 입을 다문다. 순간 착각해버릴 만큼 붙어 있었나. 잠시 고개를 기울였다 이윽고 수긍해버리고 만다. 솔라우와 케이네스는 그들끼리의 조율로도 바빠 나와 서번트가 노는 것을 허용코 있었으니. 가끔 받는 솔라우씨의 시선은 무섭다니까. 고개를 흔들며 문을 잡고 열자, 케이네스가 그 앞에 서 있었다.


“의견 조율은 끝나셨나요?”

“……그래.”


케이네스의 표정이 조금 탐탁치 않은 것 같아도, 결국 어쩔 수 없다. 사랑해버린 남자라는 건 그런 것이다. 비참하고, 비참하지. 이런 남자에게 사랑받으면 좋을 것 같은데, 이런 면에선 솔라우씨는 나보다도 더 어린 것 같다니까.


“시계탑에서 연락이 왔다. 돌아오라더군.”

“교수님이 계속 막아주실 거 아니었어요?”

“슬슬 본격적이 될 거다. 위험해.”


그 표정엔 참으로 걱정이 담겨 있어. 아, 불편해진 속을 삼키고 등을 돌렸다. 케이네스에게서 등을 돌리니 이번엔 앞에 디어뮈드가. 아, 그 표정은 역광으로 보이지 않는가. 뭔가 기분이 묘했다. 얼굴 없는 사람들 속에 쌓여버린 감각.


“그래요. 뭐. 제가 언제 스스로 생각한 적이 있었나요.”


열일곱의 소년은 그저 끌려다닐 뿐. 옳고 틀림을 가리는 것보다는 누군가 제시한 길을 걷는 것이 더 어울리는 나이. 뭐어, 애초에 옳고 틀림에 차이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그런데, 이상하다. 왜 이렇게 가기가 싫을까.


“저한테 말했다는 건, 이미 비행기 표를 끊어놨다는 거겠죠?”

“그래. 내일 오전 7시 비행기다.”

“빠르시네.”

“위험하니까.”


다시 등을 돌린다. 디어뮈드와는 다르게 교수의 표정은 참으로 선명했다. 그 담긴 모든 걱정은 솔라우씨를 향한 걱정의 반도 채 되지 않을 것이 뻔했지만. 으음, 그러니까. 그 나름대로도 기분이 좋았다는 뜻이다. 새삼 깨닫고 마는 것은, 난 의외로 당신을 무척이나 좋아했다는 것.


“알았어요. 그럼 어차피 다시 못 볼 텐데. 오늘 밤도. 빌려도 괜찮죠?”

“그, 그루님?”

“그래.”

“마스터?! 아, 아무리 그래도 언제 적들이 쳐들어올 지 모르는데……”

“괜찮아. 내가 괜히 천재가 아니고, 교수님이 괜히 천재가 아니거든. 방비하는 동안 열심히 도와드렸다고?”


케이네스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까지는 괜찮을거라 말하는 목소리가 참으로 또렷해 디어뮈드는 결국 알았다 답하고 만다. 뭐어, 충정이라는 거지.





……그러니까. 음.

난 정말로 당신을 좋아했나봐, 교수님.

처참하게 구멍 뚫린 몸뚱이와 덩그러니 나뒹구는 머리통. 역겹지 않고 슬프다는 건, 으음. 음. 정말로 좋아했나봐. 생각하게 되는 것.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 그 머리통 위로는 물방울이 응어리져 떨어지고 있었다. 흙탕물과 핏물이 섞여 떨어지는 걸 보는 건, 기이케도 심장이 막힌 것처럼 먹먹했다. 아, 배가 아프고. 심장이 멈춘 것 같고. 그저 온몸이 뜨겁다.


‘난 왜 생각하고 생각해야 하죠?’

‘생각하며 구분짓는 것이 마술의 기초이기 때문이지.’

‘구분지으려면 결국 옳고 그름을 판별해야해요. 하지만 옳고 그름에 차이는 없잖아요.’

‘그러나 결과는 다르겠지.’


“……그러니, 생각해라.”


목소리는 참으로 떨리고 있었고. 머릿속에서는 장면 하나하나가 계속해 반복되는데. 고개를 떨군다. 차가운 머리통 위에 제 이마가 닿았다. 그 위로 쇳내가 났다. 입술을 그 시체 위에 대고 부벼본다. 차가웠다.


“아, 정말로. 치사한 사람이야, 당신은.”


몸도 잘 내주지 않고, 그러면서 감정만 힐긋힐긋. 쥘 수 있을 듯 없을 듯 완전히 가버리고선, 다시금 힐긋, 힐긋.


“뭐, 됐어. 이렇게 됐다면 이젠 끝이지.”


그래도 잠시만 이러고 있을게요. 난 정말로 당신을 제법 좋아했던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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