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Fate

아처 x 그루 + 랜서 = 망함

* 5차 성배전쟁

* 고어 요소 有

* 성적 묘사 有(극미함)



고요한 공간. 그 웃는 얼굴은 무엇을 담고 있는지 가늠키 어렵다.


"후회는?"

"언제나 하고 있다."

"네 길은 올발랐나?"

"이제 그마저도 알 수 없지."

"자결하라는 건 결국 스스로를 향한 말이었지."

"……이런 의미없는 문답은 그만두고 싶은데."


뱉어진 말들이 찔러오는 것은 너무나도 정직한 것들이라 상처를 입는다. 깊게 패이는 상처가 지독했다. 그 안에서는 핏물보다는 고름이 샌다. 역겨운 냄새와 혐오스러운 것들이 자꾸만 쏟아진다. 이 상황에서 나를 꺼내줄 이는 진정 없나. 랜서와 밖을 나선 린이 절박해지는 순간이다.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그래."

"거부하지."


나의 거부에도 그는 아랑곳 않는다. 평소 보이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은 기이케도 더욱 깊은 곳을 찌르는 날카로운 창과도 같다. 이 심장에 창이 꽂혔나. 지금 떨어지는 것은 고름이 아니라 제 심장이던가.

턱을 괸 손을 푼다. 소파에 던져진 그의 육신이 천조각 안으로 묻혀간다.


"안타까워."


벌어진 입술이 노래를 담는 것처럼 매끄럽게. 그리고 유연케 제 몸을 휘어 감는다. 순간 뱀을 보았다. 벌어진 입 속에서 날름이는 혀가 두 갈래로 갈라져 독액을 뿜어낸다. 자신의 육신은 부식되어가고, 그는. 그는……!


"너의 길은 흥미롭거든."


참으로 무덤하게 저를 녹인다. 체액이 되어 흐르는 자신을 보며 깔깔대며 삼키려든다. 욕지기가 치밀었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신물에 코끝이 시큰해졌다.


"내가 네 마스터였다면 령주를 이용해서라도 대답을 들었을 텐데."

"……그만."

"올발랐다 믿었던 길은 지옥이고, 이상을 관철하지도 못한 채 후회로 얼룩지고."

"그만두라고 했다!"


악쥐어진 주먹은 탁자를 내려친다. 여파로 탁자는 부서지고 그 위에 올라가있던 찻잔은 깨져 조각이 되었다. 흠뻑 흐르는 찻물이 핏물처럼 붉다. 자신은 언제부터 유리 조각을 밟고 서있었나? 언제부터 피를 흘리고 있었지?

아아, 그래.


"그만둘까?"


처음부터다.


"진심으로? 쏟아낼 배출구가 필요하지 않았어?"


가늘게 휘어지는 시선. 그 눈을 강조하는 눈물점에 자꾸만 시선이 눈으로 향한다. 동공 너머에 비춰진 자신은 이를 악물고 흉흉한 기운을 내뱉고 있었다. 하지만 그 너머로 한겹 벗겨보면 울적하게 연약한 속이 비친다. 고슴도치와도 같다. 연약한 모습을 보호키 위해 가시를 세우고 있다.

악물린 잇새로 소리가 샌다. 분노와 혐오와 경멸과 연약함과 슬픔과 후회. 그 모든 것들이 뒤엉킨 소리는 괴괴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그 배출구가 되어주시겠다?"

"그러기 위해 하고 있는 문답이거든."


하. 비웃음이 샌다. 어처구니 없어. 손을 움직여 그 몸뚱이를 포박한다. 반응치도 못한 채 결박된 몸뚱이는 조금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두려워했을 일을, 무방비한 그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바라고 있는 듯한 모양새로 저를 올려다 본다.


"어처구니 없는 녀석이군."

"녀석에게도 자주 들었던 말이지." 결박된 채 그는 으쓱였다.


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짓을 벌이고 있나. 배출구가 되어주겠다고? 지금껏 제가 쌓아왔던 것들이 어느 정도인지나 알고는 있는 것인가? 단순한 것들로는 조금도 해소되지 않을 것들은 이미 단순한 그릇을 넘어 바다가 되었다.

이를 악문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으려니, 그가 발을 움직여 자신의 무릎 위에 얹어 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위로. 복부까지 닿은 발로 발톱을 세워 복부를 강하게 긁는다.


"어떤 훼손도 좋아. 되돌아갈 수 있으니. 할 거라면 후회하지 말고 거부하지 말고 멈추지도 말아."

"넌……"

"더 쉽게 만들어 줘? 넌 그 때로 돌아간다면 그 때와 같은 결정을 내릴 거야?"


우득. 그의 손목이 비틀어졌으나 그의 입에선 고작해야 윽, 하는 짧은 신음성만 새고 표정은 조금도 변화치 않는다. 땀이 조금 흘렀으나 그뿐. 고통에 익숙한가? 고통을 바라는가?


"과거에서 눈을 돌린 것만으로도 족한가?"


입을 연다. 새는 것은 눈물이요, 비명이로다. 그의 목덜미에 이를 박아 살점을 뜯는다. 그 성대를 잘라버리고 싶었다. 아무말 못하고 입에서는 그륵대는 핏물만 새도록 성대를 자르고 싶었다. 그러나 살점 뜯긴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냥, 그는 입을 놀린다. 혀를 놀린다.


"결국 네가 할 수 있었던 건 뭐지? 살육? 도피? 후회? 자결?"


그 입을 막기 위해 입을 맞췄다. 거칠게 혀를 들이 밀어 잡아 제쪽으로 끌어당긴다. 세운 이가 혀를 짓씹고, 그의 입꼬리가 위로 움직이는 것이 맞춘 입 새로 느껴졌다. 핏물 고인 입을 떼어 뱉는다. 핏물이 바닥에 흐른 찻물 위로 스민다.


"너는……"

"흐?"


혀가 짓씹혀 제대로 된 소리를 낼 수 없는 그가 고개를 갸웃였다. 그 모양새는 여상스러워 그 몸뚱이에 남은 것들은 고통의 흔적이 아닌 그저 하나의 패션이라 생각될 지경이었다.


"정말이지 지독하군."


견딜 수 없을 만큼. 그 손목을 쥔채 중얼이자 그가 웃었다. 일그러진 웃음은 배출구가 되기에 충분했다. 모든 감정을 쏟아 붓기에 충분했다. 기이케도 그 웃음이 자꾸만 부추기는 것이다. 그에게는 그래도 돼. 라고. 그가 제 내면에 스몄나? 내면 속의 뱀이 속삭인다.

모든 걸 쏟아 부어, 네 감정들을 토해내렴. 종용하는 것에 따라 몸을 움직이면 그의 육체가 점점 훼손되어간다. 우그러진 팔은 덜렁거리고 살점은 쥐어 뜯긴다. 이어왔던 무차별 살육과는 다르다. 수호자 때와는 다르다. 단 한 사람에게 쏟는 것은 감정이다. 수도꼭지를 돌린 것처럼 토해지는 것을 그는 받아낸다. 아니, 하수구처럼 흘려보내는가?

그가 원한거라고. 그리 자위해도 벌어지는 일은 결국 독단.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메아리친다. 후회 말고, 거부 말고, 멈추지 마라. 네가 가질 수 있는 건 모든 것을 배출해낸 뒤의 허탈함과 자괴감 뿐이라.

쌓이고 쌓아온 것을 몰아 토해내는 것은 괴롭다. 날카로운 바늘을 쏟아내는 것처럼 배출구가 상처를 입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는 녀석은 점차 흉져 갈 테지.

그렇지만 녀석은 그것을 바랐다.


"이로써 네가 얻는 것은 뭐지?"


말을 할 수 없는 그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말해, 대답해! 쏟아지는 소리는 자신이 아닌 것처럼 이지러졌다. 걸어온 길을 다시 되돌이키고 있는 감각은 마치 마술에라도 걸린 것만 같다. 내 모든 것들을 받아내며 비웃고 싶은가? 그 시선을 파내려 손을 세운다. 그는 마치 그것을 바랐다는 듯 턱을 치켜세웠다. 그리고 눈을 뜬다. 결국 하려던 행위는 하지 못하고, 망가진 신체에 입을 맞춘다.

어설픈 성자 흉내라도 내느냔 말이다. 저가 모든 것을 이고 지던 예수였느냐? 왜 모든 걸 토하게 해. 그로써 괴롭게 해. 설픈 성인 흉내는 그 누구도 구원할 수 없는데 왜. 왜? 왜!


"넌 대체, 대체!"


뭐가 하고 싶었던 거냐고. 피로 얼룩진 신체 앞에 무릎 꿇는다. 아까부터 흐린 눈가에서 자꾸만 체액이 샌다. 뜨거움으로 핏물 같았고, 더러움으로 흙탕물 같았고, 그럼에 맑음으로 눈물임을 안다.


대체 네가 바란 게 뭔데?





"왜 이렇게 조용해?"

"요리라도 하고 있는 거 아냐?"


린은 가벼운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섰다. 쿠훌린은 그런가? 입으로 중얼였지만 금세 알고 만다. 스미는 냄새에 음식 냄새는 없다. 찻내와 핏내와 정액냄새. 그것으로 충분했다. 무슨 짓을 저질렀을지는 뻔했다. 이것 때문에 단 둘이 남고 싶어했나. 정말 이해 못할 자식.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안으로 들어서자 린이 짧은 비명을 지른다.


"뭘 한 거야!"


부서진 탁자와 깨진 유리잔. 바닥에 흐른 찻물과 핏물. 다친 몸을 치료하고 있는 그루와 깨진 유리잔을 치우고 있는 아처. 그루는 왔냐며 여상스레 웃었고, 린은 아처를 향해 추궁을 시작한다. 아처의 굳게 다물린 입매와 괴괴한 분위기는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조금."


말을 고르는 듯 인상을 찌푸린 아처의 뒤로 그루가 말을 받았다. 그 목소리엔 웃음기가 섞여있다.


"싸웠어."


린이 당황하며 아처를 한 번 노려보고는 이윽고 그루에게 붙어 치료를 시작한다. 급하게 꺼낸 보석들로 이어가는 영창. 그루의 목소리에 린의 목소리가 섞이어 이윽고 치료는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


"아, 눈도 좀."

"대체 뭘 한거냐고!"


아처에게 분통을 터뜨리면서도 찢어진 각막에서 유리액이 흐르는 것에 급하게 치료를 더한다. 린에게서 조금 떨어져 랜서가 아처에게 다가갔다. 아처는 유리 조각이 전부 쓰레받기에 담긴 것을 확인하고 쓰레기통에 쏟아내고 있었다.


"저질렀냐?"


목소리는 영창 소리에 묻혀갈 만큼 매우 작았으나 영령인 아처에게는 방해 없이 들을 수 있다. 아처의 시선이 랜서를 향하고, 이윽고 고개를 끄덕인다.


"네 마스터는 정말이지."

"지독하지."


그 목소리는 짐승이 위협하듯 으르렁대고 있었다. 붉은 눈동자가 설핏 그루를 향했다 다시 아처에게로 돌아간다.


"어디까지 찔렸냐?"

"음?"

"어디까지 토해냈냐?"

"……"


랜서의 시선은 날카로웠다. 평소 장난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도 내부까지 파헤칠 듯, 정교하게 벼려져 있다. 어떤 대답을 바라는 지 알 수 없었으므로 결과만을 짧게.


"전부."

"……"

"자괴감과 허탈함만이 남을 때까지."


귓가에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후회 마, 거부 마, 멈추지 마. 쏟아지는 것을 받아내는 거짓 성자. 고통으로 얼룩진 그 배출구. 박살난 탁자 한쪽을 들어올리자 랜서가 반대의 탁자를 들어올린다. 시선은 여전히 찌르는 듯 했으나 표정은 제법 누그러져 있었다.


"전부 토해냈다면."


먼저 걸음을 옮긴다. 앞서 걷는 그 등이, 조금 휘어져 저를 돌아보고.


"더 이상 토해낼 게 없겠지?"


웃는 모양새는 일그러져 있었다. 그 괴괴함은 전염되는 것인가? 그 일견에서 그루를 보았다. 시선을 조금 돌리자 거의 완치되어가는 그루가 제 시선을 눈치채고 손을 움직여 하나의 모양새를 그렸다.

철그렁. 쇠로 이루어진 쇠사슬이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쇠사슬의 끝에는 랜서의 목이 있었다. 언제에 채워놓았을 지 모르는 쇠사슬이 랜서의 목 위에서 흔들대고 있었다. 전부 토해낸 것이 옳았다. 더 이상 엮일 일 없기에 옳았다.


랜서가 걸음을 멈춘 아처를 따라 시선을 돌린다. 찰랑대는 환청이 계속해 울리고 있었다. 하나의 소리가 아니다. 반복되어 울리는 두 개의 사슬 소리. 랜서의 표정이 와그작 일그러졌다. 전부 토해낼 것이 없기에 사슬 매였나.

제 목에 매인 것이 아처의 발에 매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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