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Fate

랜서 x 그루 + 아처 = 폭발

+ 에로가 뭐예요?



"아, 읏……"


목소리는 길게 늘어지고, 공기는 더욱 탁해진다. 뜨겁게 달아오른 방에서 그는 저 좋을대로 몸을 비튼다. 여러번 바뀌는 체위, 찔러대는 감각에 의한 교성. 창녀도 저만하지는 못 할 테지. 쿠훌린의 표정이 강하게 일그러졌다.


"아흑! 아, 앗! 처어, 흣, 더, 깊게……"


손바닥이 뜨겁다. 짓이겨진 살이 자꾸만 붉게 부어오른다. 충견은 주인의 곁을 지키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지금 받은 명령이란 그런 것이다. 속이 뜨겁고 그 안에 쳐박고 싶은 마음은 계속해 차오르는데 허락되지 않았다. 할 수 없다. 환상 속 목줄이 바깥에 매여 침대 근처로도 갈 수가 없다.

그런데 자신이 지금에 닿을 수 없는 것을 타인이 접하고 있다. 심지어 그 또한 적이다. 창을 들고 찔러넣는다면 사라져버릴. 하고 싶다. 욕망이라는 것이 들끓는다. 사냥개의 피가 들끓는다. 그 목덜미에 이빨을 박아넣고 짓씹어 숨통을 끊어버리고 싶다. 그리하야 자신만이 다시 주인의 곁에 남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없다. 없다.

반복되는 생각. 할 수 없다는 것에서 다시 생각이 되돌아간다. 망가진 테이프처럼 계속해 같은 생각만을 반복한다. 멍청한 짓이다.

너는 나를 배반하면 안 돼.

하지만, 지금 이것은 배반인가?

뇌리로 하얗게 노이즈가 낀다. 답할 수 없는 물음이 차오른 탓이다. 자꾸만 목구멍 근처에서 배반이란 단어가 선회한다. 창을 쥔 손 끝이 미미하게 경련을 일으킨다. 편 손에는 창의 자국이 남았을 것이다.


"지루해. 이제 좀 싸우러 가자고, 그루."

"하, 핫. 낄 수 없어서 지루한 건 아니, 앗!"

"그제, 어제, 그리고 오늘. 성배 전쟁을 할 생각인 건 맞냐고."

"앗, 아처, 거기 좋아……!"


몸이 크게 움츠러 들었다, 다시 손을 뻗는다. 욕망을 갈구하는 손길이 아처의 옷자락에 닿아 길게 잡아당긴다. 침대에서 팔로 지태하던 육신이 그루의 위로 떨어지고, 그 몸이 거칠게 밀착한다. 휘어진 허리가 고통을 호소하듯 얕게 경련을 반복하지만, 그루는 그런 것 아랑곳 않은 채 육신을 움직인다. 변화하는 체위에 맞춰 아처의 고개가 그의 살덩이로 쳐박혔다. 벌어진 입이 목덜미를 물어 뜯을 것처럼 근처에서 머물지만 그것은 채 현실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떨어진다.

자신이었다면 더욱 거칠게 박았을 것이다. 자신이었다면 그를 더욱 깊게 쳐박았을 것이다. 말로써 그 육신까지 옭아매어 아래로, 저 깊은 곳으로 처박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울분이 터지고 마는 것이다!

나를 이렇게 만든 건 너일진데, 왜! 왜 나에게 손을 못 대게 하는 거지? 왜 나는 너를 지켜만 봐야 하는 거냐!


"윽!"

"하, 아. 싸줘, 안에, 깊게…… 임신할, 걱정. 없잖아?"

"대답하라고, 그루!"


그루는 깔깔 소리 높여 웃었다. 뭐 어때, 괜찮잖아. 나쁘지 않잖아. 그 입에서 터지는 말들이 자신을 난도질한다. 왜? 이것조차 배신같이 느껴져? 네 감정에 대한? 잔학한 말들로 겉 가죽이 자꾸만 찢어져간다.


"왜 그렇게 까칠하게 굴어. 배반이 아니고 배신이 아니잖아. 네가 나에게 했던 말조차 잊을 정도야? 그 정도로 욕구불만?"


내민 혀가 붉다. 쾌락에 응어리진 얼굴이 붉다. 너는 어떻게 해서도 그 이상의 감정을 받을 수 없을 거라고. 나를 이렇게 만든 만큼 너는 내 욕구의 배출구가 되어야 한다고. 너는 내 육체를 배반할 수 없노라고. 너의 육체도 나를 배반해선 안 된다고. 그에게 쏟아냈던 말들이 이제와 비수가 된다. 잔혹히 그를 난도질 할 줄 알았던 것들은 자신을 난도질 했다. 설마하니 알았겠느냐고. 이런 감정을 품을 줄. 어찌 알았겠느냐고.


"괜찮아, 성배 전쟁은 할 거야. 하지만 아직은 좀 더 질질 끌어도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보다, 하아…… 아처, 더 움직여줘. 한 번으로 끝낼 생각, 아니지?"

"……도무지 할 기분이 들지 않는데."

"이렇게 세워두고?"


여상스런 목소리. 일련의 행위는 오히려 그이기에 수치심 없다. 순전히 쾌락을 쾌락으로만 받아들이게 한다. 우드득. 견디지 못한 충견은 기어코 목줄을 끊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풀어야했다. 사냥을 해야했다. 이빨에 사냥감의 피를 묻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으므로.






"아아, 나가버렸네."

"날 이용하는 것도 적당히 하는 게 어때."

"뭐어, 나쁘지 않잖아."


나쁘다. 가볍게 말을 꺼낸 아처는 몸을 일으켰다. 발에 매인 족쇄는 환상속의 것. 하지만 둘의 눈에는 참으로 선명히 자리한다. 소리마저 이토록 선명하다. 흐뜨러진 정액을 밟으며 나신이었던 육체를 원상태로 돌린다. 이지러진 욕망으로 이루어진 시야를 원상태로 돌린다.

그루의 입매가 위로 일그러진다. 그의 미소는 언제나 같다. 상대를 노리는 포악한 포식자의 시선. 흥미를 가진 입매. 평범한 시선은 마주하고 있자면 마치 맹금류의 그것처럼 가늘게 찢어져서, 그 앞에 있는 자신이 피식자가 된 것처럼 작게만 느껴져서.

불쾌했다. 견딜 수 없었다.


"되도 않는 성자 흉내는 그만 두었나?"

"무슨 소리야?"


그루는 정말로 우습다는 듯이 목 너머로 그륵대는 웃음소릴 흘렸다. 비웃음으로 이루어진 소리가 귀를 난자한다.


"나는 널 흉내낸거야."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고, 모든 걸 구원할 수 있노라 믿으며, 그렇기에 제 희생조차 아끼지 않던 널 말야.

치미는 구토감. 욕지기. 구역감.

코끝은 시큰하고, 당시 느꼈던 기분과 감각이 차오르는데. 아아. 그런가. 자신의 흉내였나. 그렇기에 그를 보며 그러한 감각을 느끼었나. 왜, 어째서, 왜. 설픈 성인 흉내는 그 누구도 구할 수 없음에, 어째서, 왜, 어째서! 그래 차오르던 것은 자기혐오고 자기염오였다. 전부 토해냈음에 묶인 것은 그런 이유임이라. 아처의 손이 얼굴을 쓸어내린다. 메마름은 메마름을 더하고 기어코 메마름에 부서진다. 쏟아진다. 자신이 모래로 되었다면 알갱이가 되어 흩날렸을 것이다.


"넌 대체 뭘 생각하지?"

"아무것도."


돌아보자 그와 눈이 마주친다. 그는 샐쭉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정말이야. 그런 눈으로 보지마. 시선은 집요하며 집요를 회피코자 하는 그도 집요하다.


"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 원하는 건 쾌락이고 욕망 뿐이지."


목소리를 흘리며 밖으로 향한다. 나의 마스터에게 돌아가야한다. 쏟아지는 것은 깊은 한숨. 쏟아지는 석양빛에도 아처의 발 밑엔 그림자 하나 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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